철길마을에 대해 뒷짐 지고 있던 군산시가 뒤늦게 상생이 아닌 규제 위주의 행정조치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군산 철길마을의 양성화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군산시의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쉽다는 지적 또한 높아가고 있다.
무분별한 상업시설의 난립으로 철길마을 고유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그동안 나몰라라 하던 군산시는 지난 8월 강력한 행정조치를 단행했다.
건축법상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 5년 이내 신축 및 재건축된 건축물 11건 17동에 대해 건축법 위반 혐의로 군산경찰에 고발한 것.
또한 이달 15일까지 국유지 관리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내린 2차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자인 군산시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의 행정대집행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에 고발된 건물에는 상업시설이 아닌 원주민이 기존 건물이 붕괴 우려가 있자 주거 목적으로 개축한 건물 등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철길마을에 대해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던 군산시가 여론이 악화되자 상생대안 없이 일방적인 규제 위주로 뒷수습을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경암철길 주민과 환경위생과 관광진흥과, 건축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경암동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철길마을 위반건축물관련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성토는 이어졌다.
한 주민은 “건축물을 지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15일까지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건물을 철거하면 주거지가 없어지는 주민도 있는데 새로 거주지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든지 적치된 물건을 옮길 수 있는 곳을 마련할 시간은 넉넉히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8식구가 거기서 살고 있는데 당장 건물을 부수라고 하면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며 “원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양성화든 시에서 매입을 하든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주민들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넉넉히 줄 것과 무허가 건물의 양성화 대책을 마련해줄 것, 기존건물에 대해 안전진단을 해 줄 것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산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성화가 매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매입을 추진하자는 방침이지만 불법건축물이니 위생관리 문제니 여러 난제들로 어려움이 많다”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이어 “건축물을 지을 때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았어야 하는데 시로서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기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은 실시될 수 있도록 시에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캠코 관계자가 “시에서 협조요청을 해 온다면 기간을 유예할 여지가 있다”고 밝힌 후에야 마무리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군산시가 철길마을을 주거용 건축물과 상업용 건축물로 나눠 투 트랙으로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철길마을의 원형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광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업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관과 정취를 방해하는 상업용 건축물은 제한하고 꾸준히 관리감독해야한다.
또한 원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거주하는 주거용 건축물에 대해서는 규제 대신 양성화 대책을 세워 시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관광객들의 사생활 침해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철길 마을 원주민들을 껴안을 수 있는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닌 주민을 위한 행정’을 위한 해법이 필요한 때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