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오더이라>라는 주제 아래 전시된 30여점의 수묵화를 그린 주인공은 바로 70세의 우림 김만순 씨.
김 씨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항상 머리 속에는 농사일이 가득 차 있어 빨리 그림 그리고 농사 지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2000년 대장암 3기로 판명 돼 죽음의 문턱을 넘다들며 간절해졌던 것이 바로 그림이다.
진작에 하고 싶었으나 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모시며 그분들 수발에 논농사, 밭농사, 1남 4녀의 자식 농사까지 지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풍 걸리신 시어머니 간병을 10년이나 했다.
직장 때문에 타지에 있던 남편을 대신해 그 무거운 짐을 혼자 지어야 했던 김 씨는 대장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지만 이겨냈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아침 저녁으로 심은 곡식들 살피고 사랑으로 돌봐주고 속상할 때는 하소연도 하고 그렇게 살다보니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낫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찾은 제2의 인생에서 김 씨는 그림을 택했다. 교육문화회관, 여성회관, 흥남동사무소 문화강좌를 들으며 스승 정의주 씨를 만났고 그림에의 소질을 끄집어냈다.
“그래도 60대라도 시작해서 다행이예요. 지금은 눈도 침침하고 손도 떨리고 팔도 많이 아파요. 전시회도 처음에는 안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열고 보니 잘 했다 싶네요”
전시회 계획은 갑자기 잡혔다. 친척인 박행자 화백이 적극 권유해 6월6일 김 씨 생일에 맞춰 열게 된 것.
연휴에 맞춰 온 자녀들은 칠순 기념 여행 대신 전시회 개최를 선택한 어머니에게 존경과 감탄를 건넸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남편도 막상 도록이 나오자 여기저기에 보내느라 손길이 바빴다.
“2003년도에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말하니 벼루와 붓, 종이 등을 큰 아들이 부쳐왔어요. 어쩌면 그 때 아들이 보내온 선물이 더 그림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것이고 아무리 밭일이 바빠도 절대 포기는 안하고 싶어요”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전시회 소식에 깜짝 놀란다.
몸빼 바지 등 전형적인 시골 농부의 모습의 그녀를 봐 왔는데 말이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그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그림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개인전까지 하게 된 그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챔피언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