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던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끝내 해산하면서 잇따른 고은예우사업 실패에 대해 깊은 자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5년 군산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은 시인을 추앙하고 고향에서 시인 관련 문화사업 등을 주도하고자 민간 차원으로 구성된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는 2015년에 이어 2016년까지 총 2회의 고은문학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고은 선생의 삶과 문학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10월 군산대학교 등 군산 일원에서 백일장과 학술제, 고은 시 낭송대회 등이 진행되었으며 지난해 열린 축제에는 고은 시인이 직접 참석해 축제 참여자들과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첫해 축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 즐기는 축제로서의 확장성 미비와 콘텐츠 부실 등이 드러나고 추진위 내에서도 상충되는 의견들이 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함께 행사를 개최하던 모 단체가 이후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제2대 위원장으로 채정룡 전 군산대 총장이 추대돼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심기일전했지만 역시 축제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등을 두고 위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고 계획되었던 오페라 취소 등 축제의 내실도 보완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지난 27일 정기총회가 개최되었으나 총 42명의 위원 중 출석한 위원이 10여 명에 불과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회의는 무산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위원들 간 고성이 오고 갔고 채정룡 위원장이 매번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며 회의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위원회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내려 참석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해산을 선언한 것.

만인보 조각공원 무산, 만인의 물결 군산운동본부 해체, 진전 없는 고은생가터·문학관 건립 사업 등에 이어 또 다시 고은문화사업추진위원회 해산까지 고향인 군산에서 시인의 문학을 기념하기 위한 노력들이 변죽만 울린 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예술계와 시민들은 “이처럼 요란한 행사의 반복은 시민들로부터 고은 시민을 더 가까이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며 더 이상 똑같은 절차를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예술가 A씨는 “고은 선생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군산 문화예술의 커다란 축복인데다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군산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자원”이라며 “고은 선생이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수 없듯 이제는 수원처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 D씨는 “사람에 매달리지 말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인물에 의존하다 보니 일의 진행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은 선생과 군산이라는 뚜렷한 공익 목적과 철저한 마스터플랜 없는 사업의 진행이 왜 반복되는 지 제대로 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