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군산조선소 폐쇄설과 관련해 일시적인 폐쇄 가능성을 시사해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강 사장은 12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2017년 조선해양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산조선소 폐쇄 문제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좀 일감이 적으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쉬어야 하지 않나 생각도 하지만 또 다른 대안이 있는지 나름대로 여러가지 방면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사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설을 둘러싸고 군산은 물론 전북 경제계 및 정치권이 술렁이긴 했으나 현대중공업 측이 폐쇄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경제계에서는 강 사장의 이날 발언이 군산조선소의 일시적인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대안 모색의 의지를 보여준 만큼 도크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행정과 정치권이 의지를 모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선박 수주절벽이라는 자체 사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폐쇄를 강력히 반대하며 다각도로 존치 활동을 벌이는 군산시와 전북도의 전방위적 노력을 외면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측은 군산조선소는 폐쇄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중이지만, 폐쇄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군산시, "설 명절 이전에 대응할 액션 준비중" 주목
군산시는 이처럼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설로 지역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군산조선소 폐쇄를 막을 유일한 방도는 지금 당장 군산에 신규 작업물량을 배정하는 일이지만, 전북도와 군산시 등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폐쇄여부 및 물량배정 등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군산시가 설 명절 이전에 현대중공업을 압박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경제항만국 김형철 국장은 지난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설 명절 전에 취할 수 있는 액션을 다각도로 준비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현대중공업 측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구나’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정치권과 공조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여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군산시가 지금까지 경제논리적 대응에서 벗어나 회사 측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경제논리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판단하에 전북지역 국회의원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도내 정치력을 총 동원해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군산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정치적 대응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회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강도를 높이거나, 지난해 말 아산정책연구원에 전달한 100만 도민 서명부를 울산 소재 현대중공업 본사에 전달하는 등의 대응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조선소 존치가 목적이긴 하지만 최악의 경우 현대중공업 유치 당시 전북도와 군산시에서 지원한 200억원의 보조금 환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해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정치권을 총동원한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 또한 효과를 예단하기 힘들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군산조선소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안타까운 상황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 군산조선소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결정된 것도 없다”며 “다만,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 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한편,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내외 협력사는 66개사 3899명으로 8개월 전인 지난해 4월 86개사 5250명에 비해 20개 업체, 1351명이 여러 사정으로 실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