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근대문화도시 입소문을 타고 철길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가 하면, 관광객들은 일부 주민들의 불친절 등으로 여행기분을 망치는 등 서로 불만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근대역사문화를 관람하기 위해 군산을 찾은 최모(인천)씨는 평소 매스컴과 인터넷 등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경암동 철길마을에 들렀다가 기분이 상했다.

철길 주변에 쓰레기가 나뒹굴어 보기 흉한 데다, 일부 주민은 철길을 따라 거니는 방문객들이 못마땅한 듯 불친절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고즈넉한 옛 정취를 느끼기 위해 멀리서 물어물어 철길마을을 찾아왔는데, 정작 현지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불친절과 싸늘한 응대, 주변 쓰레기 등으로 모처럼의 여행기분이 망가졌다”며 “전국적으로 소문난 관광코스 치고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현지 주민들이 살고 있긴 하지만, 철로 일부 구간에 이불이나 고추 등이 널려 있어 철길을 거니는데 다소 불편했다”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인 만큼 주민 생활에 어려움을 주지 않고, 지금의 옛 정취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방문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듯 철길마을 관광객들의 아쉬움 못 지 않게 이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 역시 일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언행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생활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뭐라 할 수 없으나 일부 방문객들은 ‘이런 데서 어떻게 사람이 사는지 모르겠다’고 몰지각한 언행을 하는 데다, 소리를 지르거나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기 일쑤여서 생활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관광객은 갑자기 문을 열거나 가까이서 집안을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어 주민들이 겪는 사생활 침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즈넉한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경암동 철길마을이 정작 현실속에서는 현지 주민들에게 상처를, 관광객에게는 불쾌감을 안겨주는 등 불화와 갈등의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암동 철길마을 관광객이 갈수록 증가추세인 상황에서 주민들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주민, 관광객은 물론 군산의 관광이미지 마저 실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경암동 사무소 직원들이 휴일과 주말을 반납한 채 철길마을 정화활동을 벌이며, 관광객들에게 친절을 베풀도록 협조를 구하고는 있으나 고령층이 많은 주민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암동 철길마을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줄일 수 있도록 철길마을 입구에 소음 내지는 쓰레기 투기 근절 등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을 세우거나, 철길 정화활동을 위한 쓰레기봉투 지원 등 군산시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철길마을이 공식 관광지 지정은 안됐으나 사실상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모여드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나 사는 사람들 모두가 공존 할 수 있도록 군산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경암동 철길마을은 현재 20여 세대, 2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대다수는 고령의 노인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