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지난 9월말 옛 시청부지 4373㎡(1322평)를 67억 7800여만원에 3년 분할 무이자 납부 조건으로 매입키로 하고 소유자인 LH공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부지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난 8월과 9월 시민 1063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화·예술·전시·공연 공간으로 활용키로 가닥을 잡은 상태이다.

문제는 군산시의 이러한 방침이 그동안 시의회와 논란을 벌이면서 까지 옛 시청부지 매입을 강력히 추진하던 당초 의지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 지, 또한 옛 시청부지 활용방안에 기대를 걸었던 다수 시민들의 눈높이를 과연 충족시킬지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문화 예술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방침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도 옛 시청부지 인근에 근대미술관을 비롯하여 근대역사박물관 전시공간과 사설 미술전시관 등이 운영됨은 물론 예술의전당 전시장, 향후 시민문화회관 전시장 활용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산시의 옛 시청부지 활용 방침이 자칫 기존 시설과 차별화되지 않은 채 전시공간 난립에 따른 ‘옥상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시공간 등의 활용 방침을 접한 시민들 중에서는 결론적으로 문화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의회와 깊은 갈등을 보이면서 까지 옛 시청부지 매입을 추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우여곡절 끝에 옛 시청부지를 매입한 만큼 부지 활용방안은 군산시가 다수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도심권의 한 상인은 “지금 원도심의 가장 큰 문제는 방문객들이 낮에만 반짝 모여들고, 밤이면 불꺼진 도시로 전락하는 만큼 지금도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전시관 용도가 아니라 근대문화도시 군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원도심의 야간 문화를 새롭게 창출하는 시설 등이 들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채모 씨는 “겨우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것은 군산시의 소극적인 행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며 “관련 부서에서 보다 소신을 갖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옛 시청부지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산시와 LH공사가 체결한 매매계약에 따르면 소유권이 군산시로 넘어오는 2018년 9월까지 시는 옛 시청부지의 현 건물을 사용만 할 수 있을 뿐 철거나 대규모 리모델링, 수익권 등을 행사할 수 없어 향후 건물 활용과정에서 적지 않은 제약이 우려 된다.

시의회 박정희 의원은 “근대문화체험 도시 이미지에 맞도록 옛 군산시청 건물을 일부 복원한 후 문화공간과 관광객 편의시설, 야외공연장 등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군산시가 LH공사로부터 현 건물에 대한 철거권 등 완전한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조사도 중요하지만 옛 시청부지 활용 방안은 무엇보다 소관부서에서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시민 호응을 얻도록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군산시는 10일 시의회 경제건설위원들을 대상으로 옛 시청부지 활용방안 간담회를 갖고 현 건물을 일부 수선해 향후 3년여간 문화 예술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옛 시청부지 활용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자칫 현 건물을 일부 수선해 문화예술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지금의 계획이 그대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어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시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시 관계자는 "매입대금이 완납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옛 시청부지 활용방안을 말끔히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효율적인 활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