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균 대표와 도서 <째보선창에서 만들어진 행복>
군산 째보선창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이 독특한 이름을 두고 각각 ‘설’만 무성하다. 지금에 와서야 누군가 기록을 해놓았다가 단서가 될만한 내용을 남겨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처럼 두 말 할 필요없이 '기록'은 중요하다. 째보선창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책으로 엮어 시선을 모았다.
책을 펴면 왠지 짭쪼롬한 바다내음이 가득할 것 같은 상상과 함께, 책을 기획하고 이야기를 풀어낼 주민들을 모으고 아예 출판사를 새로 만들어 등록까지 한 중앙동째보선창주민협의체 권남균 대표를 만났다.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것보다는 앞으로 노인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과의 접촉이 줄고 입을 다물고 산다. 이웃과 멀어지고 소외된다. 어른들이 흔히 삶을 책으로 쓰면 열 몇권은 될것이라고 농을 하는데 우리가 일생동안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는가? 이것들을 책으로 엮는 일들이 많이 이뤄지고 1인1책 만들기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예 ‘P&P'’이라는 출판사를 등록했다. 'Person in Person', 즉 사람 속에 사람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길거리에서 콩나물장사만 50년 한 할머니도 그만의 철학이 있다. 이런 것들이 모여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뭔가 계기를 만들고 싶다. 째보선창 번영회장도 하고 도시재생 대표도 맡으면서 활동하고 회의를 하다보면 주민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렇게 아까울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첫 책이 <째보선창에서 만들어진 행복>이다.
책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수많은 갈매기가 날아다니며 활기로 가득찼던 예전의 째보선창을 그리며 다시 사람들로 북적북적일 때를 기대하는 공병환, 한근혜 씨 이야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을 쉽게 반기지 않는 시절 째보선창에 정착해 최근 사업장이 ‘전북 천년명가’로 선정되기까지 애환을 풀어 낸 이태용, 조옥만 씨, “군산이 돈을 벌기 좋은 곳이라는 말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내려왔던 박화자 어르신, 역시 군산에서 소금장사를 하는 시누가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이야기에 70년 무작정 군산을 찾았다는 이양순 어르신의 인생도 담겼다.
“째보선창을 조명할 수 있는 자료가 너무 없었는데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주민들이 인터뷰할 때 많이 울컥하셨다. 째보선창에서의 희노애락을 담았지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째보선창은 정말 황금같은 땅이었고 행복했던 동네라는 것이다.”
어르신이 읽기 좋게 활자를 크게 뽑았다. 째보선창의 사진도 담았고 역사도 담겼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문득 기록만이 우리가 살아온 흔적을 증명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 자녀들과 많은 이들이 그 시절을 기억해줫으면 좋겠고 옛 사람의 삶의 궤적을 읽어나가며 앞을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