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문회를 중심으로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정작 사안의 주체인 학교 측에서 장고에 들어가는 등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이 군산상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군산여상의 남녀공학 전환까지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학교 측 입장 표명 길어져

군산상고 총동문회가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환 촉구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성명서 발표 당일 군산상고 총동문회는 모교를 방문해 교장 등을 면담하고 인문계 전환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상고 최기석 교장은 “당시에는 너무 갑작스런 이야기라 학교 입장을 말씀 드릴 수 없었다.”며 “현재 그룹·부서·과목별 등 그룹 토의를 통해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으로 조만간 이를 토대로 학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서는 2022학년도 모집 공고가 이미 발표된 상황이고 학교 개편 시한이 내년 5월 말까지이므로 교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교육청에 전달한 후 내년 4월까지 학부모와 학생 등의 의견을 모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교육청에서는 학교의 의견 표명이 있어야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동문회와 도의원 등이 인문계 전환을 거세게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학교 측에서는 입장을 전달한 게 없어 난감해 하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군산상고를 인문계로 전환할 경우 상업계열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군산여상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하는데 현재 군산상고와 군산여상 등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요구가 없다.”며 “특성화고 학교들이 각 학교마다 특성화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학교 전환 문제를 먼저 진행해 나갈 수도 없다.”고 전했다.

◆ 공립 남고 남녀공학 전환 타진도

군산상고의 인문계 전환 요구는 지역 내 평준화고 여학생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군산상고 총동문회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여자 고등학교의 과밀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교육청이 내년 학년도부터 군산여고에 2학급을 증설하기로 결정하자 군산여고에서는 방치되어 있던 노후건물 한 동에 대한 리모델링을 요구했고, 이를 위한 예산 약 20억 원이 확정됐다. 이 건물은 차후 고교학점제 실시 등을 대비해 특별실로 활용될 예정이다.

반면, 상고 총동문회에서는 군산여고 2학급 증설은 일시적인 대안일 뿐이라며 갈수록 상업계열 취업문이 줄어들고 희망자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의 유일한 남자 상업고등학교로 남아 있는 군산상고를 인문계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도교육청에서는 대안 중 하나로 지역 내 남자 공립 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타진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역의 남자 공립고등학교인 군산고와 군산동고를 대상으로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이들 학교 동창회와 재직 교사 모두 반대 의견이 75% 이상으로 월등히 높게 나와 더 이상 논의를 진척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이에 도교육청에서는 지난 1일 군산시 평준화고 여학생 과밀학급 해소 대책 협의회를 군산교육청에서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석 도의원과 모 교원단체 대표는 군산상고 인문계고 전환이 최선책이라는 의견을, 다른 교원단체 대표는 "인문계고 전환보다는 특성화고로 계속 운영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꿈과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원수급 문제 등이 있으니 도교육청 관련 부서와 논의하고 군산상고 등의 의견을 들은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교원 수급과 비인문계고 진학 희망 학생 선택 보장, 여고 과밀 해소, 교육의 질 제고 등등 다양한 난제 앞에 교육당국과 지역사회가 진정한 학생과 학교 현장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사 정정 관련 안내

지난 1일 군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군산시 평준화고 여학생 과밀학급 해소 대책 협의회에서 "두 교원단체가 한 목소리로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에 찬성한다"가 아니라 "한 교원단체는 인문계고 전환이 최선책이라는 의견을, 한 단체는 인문계고 전환보다는 특성화고로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기에 기사를 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