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부처나 소관부서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책들 중 회화나 음악은 기본이고 디자인, 조각, 사진, 춤, 공예 등등 문화예술이 가미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도시재생도 문화예술을 통해, 제품 생산에도 문화예술이, 국가 간 교류에도 문화예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쓰임에도 불구하고 한류를 이끌고 있는 일부 대중예술인을 제외하고 문화예술인에 대한 대우는 예로부터 박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형편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이번 코로나 19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장 공연·전시·행사가 취소되거나 중단됐으며 강의나 교육도 진행이 중지됐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국가 지원금을 받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에 이제는 문화예술인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공정한 문화예술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일이 지역 내 문화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전국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는 지난 1988년부터 3주년 주기로 문체부가 실시하고 있다. 문학, 미술, 건축, 사진, 음악,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대중예술 등 모두 10개 분야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의 활동여건과 활동실태를 조사한다.

다만 이 조사는 광역 지자체 단위로 지표가 발표되고 기초지자체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므로 기초 지자체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문화예술인들의 권리 향상에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이에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군산시는 지금까지 문화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2005년 문화예술기금을 마련하고 이 기금으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지역 내에 얼마나 많은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이들이 어떤 창작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한 기초정보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다.
 
좀 더 실효성 있는 지원과 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실태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예술기금이 적정한 규모로 적절한 대상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 지 지역 내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 지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 디지털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지역 내 한 미술인은 “군산시가 문체부 문화도시 공모에 응모하고 문화재단을 세운다고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대다수 문화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과연 공정한 지원이 이뤄질까 하는 것”이라며 “군산의 문화예술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매년 시청 담당자가 바뀌면 새로 시작하며 제자리를 맴도는 문화예술 정책을 펴고 있다.”고 일갈했다.

지역 예술인·예술단체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시스템 구축과 나아가 ‘시민 대상 문화향수 실태조사’까지 이뤄진다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도시로 가는 척도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