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미군기지 옆 하제마을의 팽나무와 소나무를 지키자는 시민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군산시가 팽나무를 군산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팽나무도 우리땅도 지키자
하제마을은 중제·신하체·난산·신난산 마을과 함께 옆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강제이주 대상지가 되었고 2001년부터 주민들은 정든 고향에서 쫓겨나야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보상을 담당했고 국방부가 일대 땅을 매입했다. 현재는 이 곳에 거주하던 600세대 대부분이 이주하고 2집만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시의회는 ‘하제마을 등 주변 탄약고 안전지역권 국방부 직접 관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시의회에서는 “당초 국방부가 미군기지 정문 앞 14만 여 ㎡ 공여지 해제를 이유로 이 일원을 매수했지만 지금까지 미사용 공여지는 해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 국방부가 하제마을 주변 지역을 미군 측에 또다시 주려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시민들도 “빼앗은 땅을 미군에 넘기지 말고 국방부가 관리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떠난 이후에도 꿋꿋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와 팽나무를 지키자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명 운동에 동참한 시민들은 벌써 4000여 명을 향해 가고 있다.
군산우리땅찾기시민모임 구중서 사무국장은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땅을 빼앗아서 미군에게 넘겨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미군에게 그 땅을 넘기면 한미군사협정인 SOFA에 의해 미군에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되고, 그렇게 되면 군산시의 보호수 200년 소나무와 600년 팽나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권이 가로막힐 뿐만 아니라 나무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600년 수령 팽나무 향토문화유산 지정 노력
하제마을 팽나무는 2004년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나무 둘레는 650cm, 높이는 20m 정도로 ‘천년하제 팽나무 지킴이모임’ 양광희 씨에 따르면 지난달 직접 한국임업진흥원에 수령 감정을 의뢰한 결과 팽나무 수령이 537±50년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하제 팽나무는 산림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지만 하제 마을의 역사와 애환을 담은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원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군산시는 지난해 말부터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지역에서 최초로 보호수를 향토문화유산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올해 초 전문가 2인에게 감정을 의뢰하고 이를 토대로 향토문화유산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19 확산과 전문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하제마을 팽나무의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양광희 씨는 “하제 팽나무의 문화재 등록은 상징성이 매우 크다”며 “시 향토문화유산 지정이 되면 도 지정 문화재까지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