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무용학과 수석 입학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는 중앙여고 고태은 양
“유치원 때 언니들 따라 무용 수업을 갔는데 옆에서 제가 열심히 따라했나 봐요. 그걸 선생님이 보시고 무용하면 잘하겠다고 얘기했고 제가 그 기억이 남아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방과 후로 발레를 하겠다고 했죠.”
올해 세종대 수석합격을 비롯해 서울종합예술대·단국대·서울예술대·서경대에 동시에 합격한 중앙여고 고태은 양이 화제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지만 무용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2학년 때 발목 부상을 당하자 부모님의 만류로 수업을 그만두었지만 무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부모님을 졸라 다시 발레학원을 등록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몇 개월 후 무리한 근육 사용으로 무릎뼈가 뜯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결국 마음을 접어야 했다.
몇 해가 지나도 여전히 무용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자 고 양은 고심 끝에 중2가 되던 해 취미로라도 하고 싶다며 다시 부모님을 설득했다. 겨우 학원을 다니게 되었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또 다시 부상을 당하고 만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던 어머니가 “무용이 정 하고 싶으면 발레 대신 한국무용을 하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했고 고 양은 16살 되던 중3 때 김정숙 무용학원에 등록하며 한국무용에 발을 디디게 된다.
신기하게도 고 양은 한국무용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 돼 각종 콩쿠르에서 높은 성적으로 입상하기 시작했다. 1년 후에는 전통무용 승무로 또한 금은상 등을 차지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과가 보이자 고 양은 학교에서 시험 본 다음날 다른 시험을 앞두고도 무대에 서는 것을 미루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대부분 전공자들이 어려서부터 시작하는데 저는 정말 늦게 시작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발레를 그만둘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고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며 매진했어요.”
그렇게 연습하며 고 최승희 무용가의 제자 백홍천 선생의 추천으로 일본 공연도 다녀오고 스승 김정숙 선생과 함께 중국 강음시나 연운항시 등에서 문화교류사절로 우리 전통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시에서 떨어졌을 때 내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상실감에 나태해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 저보다 더 저를 믿어주신 선생님과 5남매를 키우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저희를 위해 희생하시는 부모님이 큰 힘이 되어 주셨죠.”
고태은 양은 앞으로 방탄소년단의 부채춤 안무처럼 한국무용을 타 예술장르와 연계해 하나의 종합예술로 발전시켜 대중들이 쉽게 접하고 한국 무용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예술인들 누구나 꿈꾸지만 이루는 이가 많지 않은 꿈이다. 가만히 태은 양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어느 한 미래 속에 그 꿈을 이룬 고태은 양의 모습이 그려진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