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남은 유일한 음악사 뮤직랜드 주인장 김희섭 씨

오랜만에 영동거리를 다니러 온 사람들은 으레 ‘뮤직랜드’를 보며 “여기 아직도 하네”라며 한마디씩 하곤 하는데, 정작 주인장 김희섭(50)씨는 심드렁하다. 

“군산의 유일한 음악사고 다들 어렵다고 문 닫을 때 끝까지 뚝심 있게 하시는 걸 보니 뭔가 음악을 되게 좋아하거나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에도 “자부심은 무슨, 그런 거 없어요. 살아남은 자의 아픔이랄까”라는 다소 맥빠진 답변이다. 

92년부터 음반 도매상을 하던 형들을 따라 자연스레 이 분야에 발을 딛게 됐고 역시 형이 운영하던 소매점 ‘뮤직랜드’도 2002년 이어받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밤낮으로 사람들이 북적대던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지나다니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음반산업도 마찬가지, 2000년 초까지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추락해 이제는 사양산업이 되었다. 이 거리 인근에만도 ‘빌보드’ ‘허리우드’ ‘소나타’ 등 음반사가 네 곳이나 됐었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뮤직랜드’만이 남았다. TV프로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할 때 잠깐 반짝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소폭이고, 단골이던 미군도 발길이 끊겼다. 

“잘 되는 거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아요. 음반 도매부터 시작해서 이 산업구조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일종의 포기라고 할까” 건물 계약 관계도 복잡한 상황에 놓였고, 다른 일을 찾기도 쉽지 않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김희섭 씨의 가치관도 한 몫한다. 

“돈은 많이 못 벌었어도 마음은 풍요로워요.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감수성도 풍부해지고 공감 능력이 커졌어요. 많이 내성적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부족했는데 마음이 열리고 세상을 보는 눈도 좋아졌어요.”

김희섭 씨는 가족들 사이에서 ‘도사’라 불린다. 노장 사상이나 불교 등 동양철학에 심취해 있고, 안 되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를 추구한다. 

“장자가 죽을 때 장례를 논하는 제자들에게 그냥 갖다 버려라. 하늘이 관이고 자연이 부산물인데 좁은 관에 넣으려 하느냐 관에 들어가 미생물에게 먹혀 썩으나 들짐승에게 먹혀 없어지나 똑같다고 한 것처럼 저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에 아등바등하고 싶지 않아요. 매출도 내가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는 정도다” 

이쯤 되니 매출이 삶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 것인지 가치관이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인터뷰 막바지 이제야 매장에 흐르는 노래가 귀에 들어오자 “노래는 옛날 노래들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라는 기자의 말에 김 대표는 “음악은 어떤 음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음악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상태가 중요하죠. 한창 감수성이 폭발하는 10대부터 20대까지 들었던 그 음악을 우리가 평생 가지고 가는 거지 옛날 음악이 특별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예요.”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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