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2천평을 소유한 A씨는 실제 자신이 농사를 짓진 않지만 매년 꼬박꼬박 논 농업 직불금을 수령하고 있다. 농업경영체로 허위 등록한 후 부정으로 수령한 직불금은 자신의 논 소작농인 B씨와 나눠 갖고 있다.

#=소작농을 통해 농사를 짓고 있는 C씨도 수년째 농업 직불금을 부정으로 수령하고 있다. 이렇게 나온 직불금은 소작농에게 전액 지불하고 있다.
C씨의 경우 향후 토지 매매시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농업경영체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에 사는 D씨도 매년 벼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하고 120만원을 받았다. 본인 명의의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경작하게 한 뒤 직접 경작한다고 속여 직불금을 부정 수령한 사례다.

이처럼 농업 직불금이 일부 몰지각한 토지주와 소작농의 눈먼 돈으로 전락하면서 제도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직불금은 쌀·밭·조건불리 직불제로 구분해 지급했지만 지난 2020년 이후에는 소농·면적직불제 등 기본형 직불제로 단일화한 공익직불제로 운영되고 있다.

중소농의 경우 논밭·재배작물에 상관없이 120만원, 그 외 지급 대상 농가는 면적 구간별 단가대로 직불금을 수령하고 있다.

문제는 직불금을 둘러싼 여러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반면 이를 단속할 수 있는 제도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해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직불금 단속은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맡고 있지만 단속 대상 면적이 넓고 직불금 특성상 자진 신고 내지는 부정수급 의심사례 신고를 의존해야 하는 여건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군산지역 농업 직불금 단속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위반 사례가 현지 단속이 아닌 신고에 의존하다보니 단속 건수가 저조한 실정이다.

그나마 직불금 부정수급 의심사례가 신고되더라도 실제 경작 여부를 밝히는 과정이 어려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더욱이 농촌지역 특성상 부정수급 위반사례를 확인하더라도 신고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보다 현실적인 단속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민 김모씨(60)는 “속된 말로 직불금은 토지주와 소작농이 짬짜미로 수령할 경우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라며,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해도 극히 일부만 적발되고, 이마저도 실제 위반사실을 규명하지 못하는 만큼 향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농관원 관계자는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직불금 부정수급 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시스템상 자진신고나 의심신고가 없을 경우 적발은 어렵다”라며, “무엇보다 직불금 부정수급으로 인해 농민들에게 돌아갈 돈이 잘못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농민들의 피해예방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신고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