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가 시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한 지 벌써 14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시민참여예산 제안 공모 사업들이 민원성이나 도로·카메라 설치 사업 등 하드웨어 조성에 그치거나 이와 관련된 제안들 위주로 시정에 반영되면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참여예산제도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 일정 부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이다. 위원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기도 하고 시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기도 한다.

군산시는 2006년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정부가 2005년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제도를 본격화한 것을 볼 때 비교적 일찍 제도를 도입한 편이다. 이 ‘지방재정법’에 근거해 2007년에는 조례를 제정(지난해 전부개정)했고 지난해 구성된 제7기 시민참여예산위원회가 현재 활동 중이다.

위원회는 시민위원회 52명과 지역위원회 556명 등 총 608명으로 구성됐다. 주민자치위 추천 등으로 선정된 시민위원회는 자치행정, 문화체육관광, 복지환경, 경제해양, 건설교통, 농정상하수 등 6개 분과위원회로 구분된다. 지역위원회는 지난해 처음 도입됐으며 27개 읍면동에서 자율적으로 구성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2018년 위원회는 29개의 사업을 제안했고 이중 10개 사업이 반영(반영예산 16억 7400만원)됐다. 반영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실버세대를 위한 마인드 건강 레크레이션(비예산)’을 제외하고는 바닥신호등 설치, 도로 개설과 확포장공사, 미세먼지 알림표시등 설치, 화장실 정비, 주요 관광지 쓰레기통 설치 사업이 전부다. 그마나 실버세대 마인드 건강 레크레이션은 예산이 별도로 확보되지 않고 반영됐다.

특히 다둥이 제휴카드 발행, 전입자 전입 선물 지급, 빈청사 공공형놀이터조성사업, 군산역사 미션스쿨 등 다양한 시민의견이 제안됐지만 이런 사업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14억 9200만원이 반영된 2019년도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시민위원회에서는 16개 사업이 제안됐고 이중 절반인 8개 사업(2억9000만원)이 반영됐는데 ‘소프트웨어 코딩교육 사업’을 제외하고는 CCTV설치, 공원 운동기구 교체, 도로 포장, 수시탑 개보수, 통행로 확보사업이 전부이다.

지역위원회에서 제안한 지역 분야는 대부분이 민원성 사업이다. 27개 시군에서 74개 사업이 제안됐지만 거의 대부분 CCTV설치, 도로 관련이거나 주민자치 역량강화 워크숍·김장나눔행사 등이다.

월명동 시민 C씨는 “지역위원회가 도입된 첫해라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행정과 정책의 질과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시민참여예산의 수준을 오히려 떨어트리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시민들이 제안을 해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형식적인 제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시민예산참여제도가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고 시민들이 지역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부 주민이나 단체의 이익만이 반영되거나 지자체나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군산시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