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동 창성동 주민들이 여성단체의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 추모사업에 대해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올해로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을 맞은 가운데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 활용을 둘러싼 주민과 건립추진위원회간 대립각이 심화되고 있다.
개복동 화재참사현장은 지난 2002년1월 여성 종업원 등 15명의 희생자를 낳으면서 2년 후인 2004년3월 ‘생매매알선등행위의 처벌법’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법’ 등 일명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이에 군산시는 2010년 이 일대 172㎡의 부지와 참사가 발생했던 건물 2채를 매입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군산개복동여성인권센터 건립추진위원회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을 맞아 이곳에 화재참사의 상징 조형물 설치를 추진하고 나서 주민과 상인들이 집단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개복동∙창성동 일대 주민과 상인들은 오는 26일까지 집회신고를 내는 한편 약 400여 명의 탄원서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는 등 주민과의 동의없는 추모사업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 양기추씨(70)는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은 아픔이 묻어있는 공간이지만 굳이 이곳에 또 다시 위령비를 세워 트라우마를 겪어온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지역주민의 감정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군산시에서도 이곳에 대한 어떠한 행정허가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단체의 일방적 추모사업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일대는 공동화∙슬럼화 현상으로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형국에 위령비를 세우는 것은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꼴 밖에 안 된다”며, “주민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주민 동의없는 추모사업은 있을 수 없으며 차라리 노인회관 등 주민 복지시설을 건립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건립추진위는 주민 동의없는 추모사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건립추진위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굳이 추모사업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개복동 참사현장은 성매매방지법 제정 역할을 한 의미있는 공간으로서 여성인권에 대한 성지로 조성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추모사업에 있어 주민 동의없는 사업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시의 입장”이라며, “다만 이곳이 여성인권에 대한 상징성을 내포하는 공간인만큼 주민과 여성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활용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 성매매방지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개복동 화재 참사현장에서 민들레순례단이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어서 주민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군산시는 지난 3일 주민과 건립추진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지만 별다른 협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간 입장차만 확인했다.
한정근 기자 (hjg2001200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