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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2일(월요일)

 

    
   
오피니언/칼럼
 [칼럼]잘 죽는 방법
2024-07-09 10:24:10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점심에 예약된 병원에 가서 잠시 진료받았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다. 어르신들 보다가 갑자기 ‘나도 죽지’라는 생각을 했다. 몇 년 동안 죽음에 대해서 꽤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반드시 죽는다. 이 글 읽는 사람들도 거의 100년 안에 죽는다. 예언이 아닌, 그냥 사실이다. 누구나 죽지만 누구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영생할 것처럼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싫을 때가 있다. 


 삶에서 옳고 그른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가정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돈 버는 일, 세상을 바꾸는 일, 많은 이성과 연애하는 것, 승진하는 일, 권력을 잡는 일, 책과 논문 쓰는 일. 잘 모르겠다.

 몇 년 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에 대한 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 17개 나라 대부분 ‘가족과 아이들’이 삶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 다음으로 ‘직업적 성취’가 높게 나타났데, ‘물질적 풍요’가 1위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친구나 공동체적 유대의 중요성도 높게 나타났으나 한국은 3%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유럽 등 서구 나라가 우월한 나라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가족과 자녀와 같이 사랑하는 이들이나 평생 하는 직업적 성취보다도 무조건 ‘돈’이 우선되는 사회, 하루 종일 살아가는 삶의 본질이 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오랜만에 쉬는 날이다. 예약된 병원에서 별 병도 아닌 검사를 받았고, 이후 건강 검진을 위해서 또 다른 병원에 가서 예약을 하고 나왔다. 안하던 공부를 하겠다는 막내를 하굣길에 시립 도서관에 태워다 줬다. 갑자기 도서관을 꼭 가야겠다는 중2 아이 보면서 웃었다. 산책을 잠시 했고 헬스클럽에 들렀다. 저녁에는 매월 진행하는 책 모임을 했다. 10시가 되어 다시 막내를 도서관에서 태워 왔고 귀가한 후 설거지했다. 내일 일정 살피다가 시간 보니 12시가 되어 간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중요한 일은 뭐였나? 오늘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막내 아이의 하굣길에 만나서 도서관 태워 주면서 편의점에서 간식 사주고 대화 한 일이다.

 책 모임도 좋았다. 모임 마친 후에 시립도서관 가서 막내와 친구 태워 귀가시켜 주면서 아이들과 대화 한 일. 내가 오늘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한 일이 아니었는데 돌아보니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일이었다. 막내를 태워 가고 오면서 대화 한 일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일은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랑도 우선순위가 있을까? 있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를 잘 지켜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자기 자식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청소년을 위해서 교육 운동 한다면서 설레발치는 교사의 활동은 거짓이다. 사회약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시민운동하면서 정작 가족을 내팽개치는 이들 또한 거짓일 확률이 높다. 나 또한 거짓 인생 살 뻔했다.


 어떠한 일이건, 사랑해야 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는 일이 최우선이다. 가족과 직장 동료, 이웃, 벗, 지인, 선후배 등 수많은 사람과 진짜 관계하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죽음이 올 때까지 우선해야 할 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 내는 일이다.

 바로 내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 관계의 폭이 넓어질수록 죽음도 기꺼이 편안한 동반자가 되지는 않을지. 좋은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폭과 관계과 넓고 깊게 살아 내며 맞이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사는 의미에 있다. 찰나를 잘 살기. 내가 잘 죽는 방법이다.​


※ 본 내용은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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