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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론]또 다른 선물

2022-07-05 10:32:22

 

이소암 시인, 군산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전담교수

 


사람살이에 있어서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는 선물만큼 적절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기쁜 일,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선물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정과 형편에 따라서 선물 대신 현금이나 편지, 혹은 전화나 문자 등 여러 형태로 마음을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의 가치에 따른 선물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든지, 그것과 상관없이 보내는 이의 마음이 받는 이의 마음에 닿는 면적 크기가 우선한다든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받는 이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며칠 전 일이다. 40년 지인이 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집으로 초대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뜸한 안부전화가 전부였으므로 근황이 궁금하여 선뜻 응했다. 그런데 마땅히 들고 갈 선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우리 집 주변 화원으로 향했다. 호접란 화분을 선물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도착해서 살펴보니 호접란은 내가 원하는 선홍빛이 아닌 흰색과 연한 분홍빛 호접란만 있었다. 순간 망설였다.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꽃이 과연 받는 이의 눈에도 예뻐 보일까’라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리본 문구와 포장을 부탁했다. 그런데 전문가인 아내 대신 화원을 지키던 그녀 남편은 정작 리본을 만들 줄도 포장도 못한다고 했다. 명색이 선물인데 포장되지 않은 화분을 들고가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양해를 구한 뒤 화원을 나왔다. 대신 마트에 들러 다른 선물로 대체했다.

지인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아내는 거실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때묻은 분홍색 긴 리본을 가리켰다. 리본에는 낯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그 리본을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며 이사 올 때 가장 먼저 리본부터 챙기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곧이어 지인의 긴 설명이 있었다. 직장 때문에 우리가 선물해 준 화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죽였다며, 화분은 죽었어도 이 리본만큼은 자신이 生을 다할 때까지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기억은 쓸데없이 튀어나오는 법이다. 그건 십여 년 전 지인의 환갑 때 우리 부부가 선물한 화분의 리본이었다. 그 무렵 지인은 개인 가정사로 마음을 크게 다친 때라, 만나는 사람도 극히 소수였다. 그 소수에 우리가 속해 있을 뿐이었다. 까마득히 잊어 버렸던 옛일, 우리는 지인의 기억에 함께 올라탄 채 화분을 사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그 밤, 느닷없는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주차장에 우리를 배웅하러 나온 그가 비를 맞고 서 있었다. 들어가라고 손짓을 해도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비를 맞고 서 있었다.

생각한다. 사람 사는 일, 누군가에게 기억을 남기는 일은 아닐까. 그렇다면 더욱 허투루 살 일 아니다. 무심코 행한 일, 그것이 누군가의 生 일부분을 지배한다면 말이다. 물론 좋은 의미의 일이라면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가 타인의 인생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삼 경각심을 벼린다, 깊어가는 녹음 속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인 셈이다.

※본 내용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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