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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론] 비켜서기

2022-05-30 11:18:30

 

이소암 시인, 군산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전담교수

 


일생 동안 한결같은 평정심으로 ‘중용’을 지키거나 유지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이성과 복잡한 감정이 교차되는 까닭이기도 하고, 종종 그것들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고도의 수양이 필요한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하여 직접 부딪쳐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여전히 비켜서지 못하고 지적질을 하거나 부당하다고 따지기도 하며 사실관계를 확인시키면서 낱낱이 나의 생각이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지난봄을 기억한다, 은파호수 주변에는 벚나무가 많다. 매화에 비하면 벚꽃은 향기가 미흡하지만 떼 지어 우루루 피는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데 일조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어느 날 벚나무 가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꽃자루만 일부 남겨놓고 연초록 새 잎이 허공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새 잎은 마치 꽃들의 지난 상처를 건들지 않겠다는 듯이, 아픈 상처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듯이, 꽃자루를 비켜서며 새 잎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벚나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삶의 방식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최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운전자는 무조건 일시정지 해야 하며, 우회전 시에도 보행자가 우선권을 갖게 된다는 것으로써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임을 재천명한 것이다. 물론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다수의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를 하기도 했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내며 지나가기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행자의 경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대부분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가 지나가면 길을 건너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행동은 운전자들을 배려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안전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이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한 일부 차량 운전자는 횡단보도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보행자를 위해 클랙슨을 누르거나 손짓으로 건너가라는 신호를 한다. 이에 어느 보행자는 운전자에게 목례를 하고 지나가고 어느 보행자는 당연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건너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경은 스스로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교통법규 문제를 떠나 운전자는 보행자에게, 보행자는 운전자에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그야말로 벚나무가 꽃 진 자리 비켜서기로 잎을 내놓아 한 그루 아름다운 나무를 이루듯이.

그러므로 반성한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중용을 지키는 자세로 사람을, 세상을 바라볼 것을. 그보다 먼저 매사 비켜서기로 스스로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도록.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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