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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경암동 철길마을

2021-12-27 17:55:43

 

최성철 수필가

 


경암동 철길마을 초입의 경포천은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드나들어 갈매기들이 육지까지 먹이를 찾아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철로 위를 걷는 아이와 철로에 귀를 대고 기차 오는 소리를 듣는 청동상이 사뭇 회화적이다. 철로는 작열하는 햇볕에 몸을 맡기고 건강미를 자랑하듯 나란히 누워 관광객을 맞이한다.

좁은 철길 옆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어 기차가 다닐 때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5∼10량의 컨테이너 박스 차량이 연결된 화물열차가 시속 10km 정도로 마을을 지나갔으며, 건널목이 열한 개나 되었다고 한다. 기차가 지날 때에는 역무원 세 명이 기차 앞에 타서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쳐 사람들의 통행을 막았으며 그사이 주민들은 밖에 널어놓았던 빨래며 고추 등 세간을 들여놓고 강아지도 집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금도 철길 옆 자투리 공간에 빨래를 널고 고추를 말리며 텃밭을 일구고 있어 소유의 경계가 없는 고즈넉한 마을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계절을 잊은 맨드라미 봉숭아가 호박넝쿨 그늘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고, 국화의 가을맞이 꽃단장에 벌 한 마리 몸놀림이 바쁘다. 철사로 얼기설기 엮은 엉성한 닭장 위의 늙은 호박이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는 철길마을은 잘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평일인데도 꽤나 많은 관광객이 철길마을을 찾는다. 대부분이 젊은 연인들이다. 연인들은 손을 마주 잡고 철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약삭빠른 상인들은 군산 근대역사 속의 ‘시간 여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예전 교복과 교련복, 한복을 준비하여 추억과 그리움을 자극한다. 주번, 선도, 당번의 노란 완장을 찬 교복을 입고 학생 모자를 쓰고 폼 나게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는 그들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리운 옛 시절로 돌아간다.

철로에 하얀 수정 펜으로 써 놓은 글귀들이 눈길을 끈다. 사랑을 염원한 구구절절한 글들로 녹슨 철로가 하얗다. 철로는 젊은 연인들의 이름과 이름 사이에 하트 문양으로 도배가 되었다. 뒤질세라 ‘사랑’을 넣은 연인들의 갖가지 사연들이 여기저기서 자리다툼을 하며 먼저 읽어 달라는 듯 얼굴 내민다. 이 세상 끝까지 영원히 변치 말자며 사랑을 다짐한 글귀가 부럽기도 하고 염려도 된다. 부러운 건 그들의 진한 사랑과 열정이고 염려는 사랑 뒤에 반드시 숨어있는 미움과 갈등 때문이다.

철로는 언제나 변치 않고 달릴 것 같지만 둘이 만나는 곳이 있다. 소실점이다. 영원히 사랑할 것 같은 열정과 다짐도 어느 순간 미움과 상처만 남겨 놓고 이별의 소실점으로 사라질 수 있다. 반면에 오해와 다툼으로 평행선을 달려 금방 헤어질 것 같이 위태위태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해와 배려로 화해하면 둘이 하나가 되는 진한 사랑의 정점이 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사랑 타령 속에 특이한 글귀 하나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빠는 큰 것 안 바란다.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어른 공경하고, 성실하고, 정직하며, 좋은 직장 잡고, 좋은 남자 만나 -수정 액이 없다- 아빠의 마음을 다 적으려면 시베리아 철길도 모자란다. 사랑해 우리 딸.”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애틋한 심정이 오롯이 엿보이는 글귀다. 가족에 대한 열정이 철철 넘치는 아빠라서 마음 흐뭇하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린다.” 화장실에서 만난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에 대한 알토란같은 인생 덕목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젊음의 열정으로 인연을 맺은 연인들이 경암동 철길마을의 기를 받아 모두의 소원대로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기대해 본다. 단순한 추억 만들기보다 진솔한 마음을 추억의 아름다운 꽃바구니에 소중히 담아 가기를 바라는 것은 괜한 참견인 것 같다. 

 
◆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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