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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론]과제를 안긴 그 목소리

2021-11-09 10:37:21

 

이소암 시인, 군산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전담교수

 


일상생활 중 대화를 함에 있어서,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선 경청이 필수이다. 하지만 요즘 필자에겐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경청하기에 앞서 상대의 목소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가령 진솔한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상대 목소리 힘의 폭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 목소리는 어떻게 가지를 뻗고 휘어지는지를 관찰한다. 그리하다 보면 사람의 목소리는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개개인의 독특한 악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여름, 이유를 알 수 없는 목의 통증으로 약 두 달 동안 세 곳의 병원을 전전한 데에서 비롯된 것 같다.

처음 방문했던 병원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곧장 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2주째 되던 날까지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의사는 다짜고짜 “큰 병원에 가라.”며 자발적 소견서를 써 주었다. 그때 그의 목소리는 연주하던 첼로 줄이 툭 끊어져 허공에서 잠시 떨리는 첼로 소리 같았다. 심각한 병이냐고 묻는 나의 말에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모양은 갖췄으나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없는 악기도 악기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협연은 그렇게 끝났다.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그곳 의사는 소견서를 훑어보고는, 진료 의자에 앉은 환자를 종이접기 하듯 자세를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진찰했다. 이내 그는 장인의 손길을 거쳐 방금 건네진 가야금을 실험삼아 튕기듯 팽팽한 목소리로 화면을 보라며 가리켰다. 목에 물혹이 있으니 지켜보다가 며칠 후까지 불편하면 수술해야 한다고 그때 병원에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감동 없는 연주회가 길면 관객은 지루한 법이다. 그 악기의 불안한 음계가 자꾸 귓가를 맴돌았다. 통증은 며칠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서 여기저기 입소문 좋은 병원 권유도 있었으나 문득 오래전 다니던 이비인후과가 떠올라 그곳을 방문했다. 첨단 의료 장비도 없는 허름한 그곳 의사는 그동안 나의 병원 순례기를 경청한 뒤 진찰했다. 의사는 곧 문진 의자에 나를 앉게 한 후 짧게 단호하게 말했다. “안심하라. 아무것도 아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오르는 맑은 바이올린 소리가 작은 병원을 가득 메우는 듯했다. 그 악기 소리는 두 달 동안 가뭄에 움츠러든 채 타들어가던 식물의 허리를 벌떡 곧추세우는 힘을 지니고도 남았다.

그럴싸한 출생지, 명품이라는 이름표를 단 악기는 많다. 그렇다고 그 악기가 모두 ‘만트라’ 같은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악기의 주인인 자,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좇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공해일 뿐이다.

과제를 크게 안는다, 최소한 줄 끊어진 현악기나 구멍난 타악기나 소음만 내는 관악기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므로.

※본 내용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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