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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론] 늦게 피는 꽃

2021-11-01 10:09:12

 

최성철 수필가

 

 


최성철 수필가

도심 속 포켓공원이 일상의 쉼터가 되었다. 코르나19로 좁아진 내 활동 범위의 끝자락인 셈이다. 갓 조성되어 어수선한 정취지만 갈 곳 잃은 뭇사람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빙빙 도는 구불길을 선뜻 내준다. 옮겨 심는 시기도 아닌 데 낯선 자리에 강제로 주저앉힌 단풍나무 잎들이 가을 가뭄에 목이 타는지 힘없이 말라 비틀어져 보기에 몹시 안쓰럽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지키자.’라는 질병본부에서 보내는 문자가 매일 퇴적암처럼 쌓여 눈에 익은 지 꽤 오래다. 밖에 절대로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아들딸의 분에 넘치는 효심이 몸과 맘을 밧줄로 꽁꽁 묶는 기분이다. 쾌청하나 약간 한기가 느껴지는 벤치에 앉아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듣는다. 어깨 두드리느라 한 눈 파는 사이 아장거리며 눈앞에서 멀어지는 손자를 뒤쫓는 등 굽은 할머니의 오자 다리 걸음걸이가 더 위태롭게 보이는 한가한 오후다.

 포켓공원 경계 화단에 집단으로 심은 철쭉은 내년 봄에 꽃 잔치를 벌이려 한창 준비 중인가 보다. 생생한 잎들과 토실토실한 꽃눈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다가오는 겨울 추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무심코 지나치려는 철쭉 군락 속에서 반짝 눈에 띄는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허리 굽혀 자세히 살피니 분명 철쭉꽃이다. 아니 돌연변이? 봄, 여름, 가을 다 지나 겨울이 코앞인데 봄날의 그 화려한 꽃 잔치에 어울리지 못하고 늦어도 한참 늦게 이제야 피다니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철 지나 늦게 피는 철쭉꽃의 숨어 있는 사실이 궁금하다. 어쩌면 그들 나름의 법칙과 규칙에 어긋났다 하여 물과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나. 아니면 몹쓸 병에 걸려 시달리다 이제야 가까스로 살아났나. 그도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멍덕을 이제야 벗고 늦게나마 그 보상을 받는 중인지도 모른다.

 한 줌의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연약한 철쭉꽃 한 송이가 가는 길을 붙잡아 깊은 사고에 빠지게 한다. 혹여 열매까지 맺으려 꿈꾸고 있다면 경이로운 현상 아닌가. 그 나름대로 부딪친 온갖 시련을 꿋꿋이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면 박수 받을 만하다. 바람에 날려 온 비닐 한 장의 조각이 가지에 걸려 꽃송이의 바람막이를 해 주는 것도 신기하다. 곧 닥칠 눈보라 치는 겨울의 칼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딜지 궁금하다.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은 점차 길어진단다. 지난겨울이 너무 따뜻하여 비싼 값을 치르고 산 밍크코트를 한 번도 입어볼 기회가 없었다는 푸념도 들린다.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양지 쪽 울타리에 핀 샛노란 개나리꽃을 보고 신기하다며 손뼉을 친다. 열대지방 과일이 온대지방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맛과 향에 절어 봄철 딸기와 여름철 수박을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이라며 마냥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가 건강상 우리 몸에 제격이라는 보편적 사실을 잊고 산지 오래다. 

 때 아닌 변화무쌍한 먹구름이 서쪽 하늘을 서서히 뒤덮기 시작한다. 여름철 원두막에서 낭만적으로 바라보던 그런 구름과 달리 어쩐지 하 수상하다. 문득 지구촌 곳곳에서 그칠 줄 모르고 일어나는 가뭄, 산불, 태풍, 홍수, 황사, 미세먼지, 그리고 크고 작은 지진이 먹구름 쓰나미가 되어 밀려오는 것 같다. 그 먹구름 속에 우주인처럼 흰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희뜩희뜩 보이는 듯하다.

 그렇구나! 늦게 피는 저 철쭉꽃은 예사로운 꽃이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지구에서 일어날 좋지 않은 조짐을 미리 알리기 위해 나타났을 지도 모른다. 불길한 지구의 앞날을 경고하는 자연의 전령사인지 모른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돌아가는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 펜데믹 세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중 아닌가. 그리 생각하니 저 철쭉꽃은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어 정상적인 괘도를 이탈한 게 틀림없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자연의 다급한 이상 신호가 연이어 터지는 형국이다.

 늦게 피는 철쭉꽃을 마냥 신기한 눈으로만 보기에 어쩐지 기분이 착잡하다.

◆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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