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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부끄러움을 아는 이, 용서하자

2018-01-02 10:06:13

 

여울 김준기(시인. 전 교장)

 



 「용서하자」. 인생 좌우명에 많이 쓰이는 따뜻한 말이다. 돌이켜보니 글쓴이도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살게 된 것이 20여년이 되는 듯하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知天命)는 나이 50대를 넘으면서 순간순간 마음속에 움텄던 이 말이 삶의 좌우명으로 자리를 하게 되어 나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었다.

 사람의 삶은 늘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고 언제나 낭만적이지도 않다. 사람은 하나의 독립된 존재이지만 서로 관계를 맺고 사는 사회적 동물이고, 고귀한 생명체이지만 욕망을 좇는 동물체이며 도덕적 양심을 지녔지만 권력과 명예와 부를 탐닉하는 이기주의로 타락하기도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사람이 지닌 두 얼굴 두 모습 두 행태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거울로 하여 끊임없이 탐구되었고 앞으로도 탐구될 것이다.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밝아온다. 어김없는 자연의 섭리요 우주의 법리이다. 사람들은 서쪽 하늘에 타오르는 노을을 보며 지난날을 돌아보고 동쪽 하늘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꿈에 설레기도 한다. 지난 한해도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사람들을 아프게도 하고 즐겁게도 하고 희망의 함성을 외치게도 했다. 모두 사람의 사회적 관계에서 만들어진 삶의 모습들이다.
 
 사랑과 배려가 바탕을 이룬 관계에서는 살만한 가치가 가득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내고 탐욕과 위선으로 얽힌 관계에서는 절망과 저주가 서로를 증오하는 사회를 만들어낸다.

 지금 우리사회는 일찍이 우리 역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민중혁명을 겪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을 밝힌 촛불 하나가 열 개가 되고 천 개가 되어 마침내 위선과 독선에 취한 권력의 도가니를 깨뜨리고 민주혁명의 횃불을 올린 것이다. 온 나라를 밝힌 횃불 앞에 국정을 농단한 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이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을 보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여 나라의 기반을 흔드는 참으로 놀라운 사실들이 어두운 권력의 우산 속에서 벌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 왔다. 지난 시대 독재 권력에 대한 향수와 나르시스(자기도취)에 빠진 무능한 권력자와 그 우산 아래 똬리 친 탐욕과 위선으로 무장한 세력들과 해바라기성 공직자들의 알량한 모습들이 국민 앞에 드러나고 있다.
 
 현상이 이러함에도 아직도 애국이니 충성이니 하며 어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몸부림하는 인간의 원죄적 모습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권력이 하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이 곧 하늘의 뜻(人乃天)이라 했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는 정의롭지 못하거나 무능한 권력자일 뿐이며 국민을 버리고 권력자를 따르는 자는 감히 애국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으로부터 봉급을 받는 자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가로채는 것은 이미 공직자가 아닌 범죄자이다.
 
 마땅히 국가경영의 최종 수혜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어야 한다. 통치행위가 권력의 유지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둔갑할 때 칼이 되고 독약이 된다. 인류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은 그 실제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제 촛불로 세상을 밝힌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밝는다. 지금은 우리들 자신의 참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아직도 잘 못된 권력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발가벗은 자신의 몸뚱아리를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는 이들을 보며 한가닥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된다.
 
 통치니 애국이니 하는 위선으로 온 사회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찌 용서 받을 수 있겠는가. 무술년 새 해에는 우리 사회가 부끄러움의 도덕적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 가슴으로 뉘우치고 용서하는 따뜻한 나라로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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