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9돌 한글날, 여러분의 말글생활은 어떻습니까?2015-10-08 17:51:05
여울 김준기 시인. 한글학회회원. 전직 교장
세계의 말글 역사에 으뜸으로 자리매김 받는 자랑스러운 우리말 한글이 만들어 펼쳐진지 어느덧 569돌이 되었다. 올해 오백예순아홉 돌 한글날을 맞는 마음이 예년과 다른 것은 교육부가 들고 나온 초등교과서 한자 쓰기 정책이 크게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446년(세종 28) 만들어 펼쳐진 한글은 한자숭배자들과 일제의 조선어말살정책에 시달려 큰 수난을 겪으면서도 그 높고 큰 뜻이 더욱 민족의 가슴에 사무쳐 마침내 세계 말글 역사에 으뜸으로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말글이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가 주축이 되어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하였다가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금의 한글날은 1940년 발견된〈훈민정음〉원본에 따라 훈민정음을 만들어 편 날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446년(세종 28) 10월 9일이므로 1945년에 10월 9일로 다시 정하고 이 날에는 세종문화상을 시상하고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을 참배하며 전국에서 학술대회와 백일장을 연다.
유네스코(UNESCO)에서도 세종대왕문해상을 만들어 나랏말이 없거나 문맹률이 높은 민족들의 말글생활을 돕고 있으니 우리 한글이 세계 여러 나라와 민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어정책은 1968년 상용한자와 교과서 한자를 폐지하는 ‘한글전용5개년계획안’을 발표하고 한글전용을 기본정책으로 삼고 있으나 아직도 한자문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여러 신문과 방송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언어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말글생활은 소통의 기능을 잃고 오히려 소통의 장애를 일으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모국어가 우리의 생명이요 정신임을 새롭게 깨닫고 올바른 생활국어운동을 펼쳐야 한다. 국어정책이나 국어운동은 학자나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대중을 위한 것이므로 사회언어학의 관점에서 말과 글을 다듬고 고치고 가꾸는 일에 국가와 국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글전용은 국민의 합의가 이룩된 것이다.
따라서 전통문화와 학문연구를 위한 한자교육은 필요한 분야의 고등교육 수준에서 도입해도 늦지 않다.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는 중국에서조차 새 글자로 진화하고 있는 낡은 한자교육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교류를 위한 중국어 교육을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재 우리 생활국어에는 국적도 모르는 외래어가 필요이상으로 많이 사용되어 그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순화되지 않은 거친 외래어들은 모국어의 순수성·존엄성을 해치고, 사회적 소통을 방해하며, 민족과 국가의 자주성·자존심·가치관을 혼란시키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환경에 적응할 생활국어운동을 온 국민이 펼쳐야 한다.
특히 생활국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신문,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매체로 하는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에서 쓰는 말들을 정부기관과 교육 사회 문화 관련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노견없슴’ ‘커피 나오셨습니다.’ ‘오천원 되겠습니다.’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예쁘십니다.’ ‘그러시면 안되요.’ ‘노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butterfly is sky sky flying(나비가 하늘하늘 날아갑니다.)’ ‘愛鄕의 森’ ‘하수관거공사중’ ‘족저부근막염’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따위의 말들을 우리들은 무심코 듣고 넘기고 있지 않는가?
모국어에는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영토를 잃은 나라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도 나랏말을 잃은 민족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얼과 넋이 담긴 우리 말글을 더욱 발전시켜 민족문화와 민족정신을 드높이기 위해 온 국민이 생활국어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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