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세 고령에도 가장 늦게 문 닫아
열심히 일한 댓가는 반드시 돌아와...
구시장 입구 ‘만물상’
『만물상』. 군산(구)시장 입구에서 세상의 모든 물건을 거의 취급하고 있는 듯한 가게이다. 그릇, 바구니 등 주방기구에서부터 낫, 밀짚모자, 돗자리, 모기장 등 농사일이나 집에서 쓰이는 모든 물건 100여종이 4평 남짓한 가게 앞뒤좌우로 질서없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만물상』이라고 이름지어 보았지만 정작 그런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놓여져 있는 물건 자체가 간판이라며 굳이 돈을 들여 간판을 붙이지 않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그저 ‘만물상’이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 예전에는 목물, 죽물을 주로 취급해왔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방충망 등 1백여 가지 온갖 물건이 다 가게에 나와 있다.
최길용(78세)씨.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2대째 만물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벌써 50년 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간판을 필요치 않게 만들고 있었는지 모른다.
군산시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최고령의 가게주인이라지만 그렇게 많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저녁 10시경 가장 늦게 문을 닫는 사업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열심히 일한 만큼 댓가는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급하게 돈을 벌려하면 절대로 돈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장사란 적당히 멀리 느긋하게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내뱉는 그의 말에서 깊이 새겨둘만한 장사철학이 배여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은 말이 안돼요. 그것은 경기탓이라기 보다는 성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더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되는 것이지...손님 없다고 일찍 문을 닫으면 되나”라고 혀를 차고 있는 모습에서 오래된 장사꾼의 기질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최옹에 의하면 “모든 장사란 3년을 해보면 감을 잡을 수 있지, 3년을 하고 나면 그 장사를 계속해도 될 것인지 그렇지 않는지 안목이 생긴다“는 경영 노하우를 살짝 귀끔해 주었다.
그런 최옹의 장사철학은 결국 결실을 맺어 주위사람들은 최옹을 ‘돈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만물상을 기반으로 모은 쌈짓돈을 갖고 여기저기 사둔 논 등 부동산이 제값 이상을 하고 있어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가게를 정리하고 집에서 쉬어도 될 텐데... 가실 때 싸가지고 가 실려나..’하는 주위사람들의 쑥덕거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말에 최옹은 “지금도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근육이 살아있고, 그렇다고 이런 사업을 이어받을 자식도 없고, 또 이 가게를 인수받아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는 마당에 굳이 문을 닫고 빈둥거리기 싫다”는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최옹에 의하면 『만물상』은 생산지와 직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하자가 거의 없고 가격도 절대 비싸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주위사람들은 ‘물건이 좀 비싸지 않냐‘ 또는 최옹에 대해 ‘짠사람’으로 평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가격흥정이 성미에 맞지 않아 나름대로 정찰제를 실시했지만 흥정을 좋아하는 시장의 소비자들은 깍아 주지 않는다고 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소문이라는 해명이다.
최근 군산에도 몇 군데 만물(?)을 취급하는 ‘천원’이라는 간판이 붙은 대형매점들이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고, 『만물상』의 주인나이로 봐서도 그 운명은 그리 길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곳에 가면 모든 것을 살 수 있었다’는 명성만큼은 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시민들 입에서 오르내릴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