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골 깊어 길 잃은 안개
산허리 휘감고 누웠다
길 막아서는 슬픔 껴안고
바람이 따라 흐느낀다
몸과 마음을 비워내
하얀 속살 비치는
생의 울타리는 매양 헐거웠다
촉촉하게 젖어오는 눈시울
이경아
시 감상 (배 환 봉)
봄. 여름철엔 흔히 보는 아침 안개. 그 안개 속을 걸어본 경험들이 있어 더 이 시의 이미지가 생생한 것 같다. 그렇게 쌓여 한 치 앞을 못 보게 하다가도 태양이 떠오르면 길을 비켜 주는 안개. 그 속마음은 여리고 깨끗하다.
속 다 비우고 사는 안개. 그래서 삶이 가벼운가 보다, 라고 시인은 힘주어 말한다. 때로는 안개로 사고 나는 일도 있지만 슬슬 달래면 되는 걸 사람의 일을 저지르면 한 숨 쉬는 안개의 답답함이 안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치 영원한 비밀인 듯 숨겼다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창조 바로 그 기쁨이다
이 경아 시인의 ‘아침 안개’는 요즈음 즐겨 쓰는 단시이다. 꼭 시가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압축으로 인해 독자의 상상을 유발하는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