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그림
이영순<시인·화가, 청사초롱 회원>
내 가슴속에는
풀꽃 향기나는 그대가 산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밀레 그림처럼 그윽하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고호처럼 강렬하기도 하다.
동백나무 숲 너머로 보이는
붉은 바다처럼
활활 내가 놓을 불에
내가 타고 있다.
파스텔로 그린 도라지꽃이랑
달맞이꽃이 밤을 새워 이야기 한다
고운 물살 속으로
뻐꾸기 울음소리 잠기고
그대 그림자 짙어 갈수록
난 바이올린 색으로
슬픈 그림을 자꾸만 덧칠하고 있다.
시감상-----------배환봉
한 여름 햇살 같은 정열을 안고 사는 예술인의 아름다운 나라로 잠시 따라가 보자. 우리는 늘 하찮은 일로 더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시인은 생활속에 언제부터 자리하고 있는 예술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한다. 방안에 파스텔로 그려 놓은 도라지꽃이랑 달맞이꽃들이 밤새워 이야기 하는 그 아르다운 세게에 함께 살면서 거기 낄 수 없는 시인의 고독이 엿보인다. 그리움이 없다면 인간의 마음은 얼마나 홯량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러나 그 그리움이란 늘 외지고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아쉽고 슬픈 것이지요. 고운 빛깔들로 얻어진 생명들의 아름다운 세계를 바라보며 그리 살 수 없는 인간 고뇌의 고독같은 느낌이 든다. 오는 11일 시민회관 일요화가 동인 전시회를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