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을 걸으며
가을 길을 걸으면
코스모스 한 무더기
외진 들길에 피어 하늘거린다
푸르스름한 유리 빛 하늘이
구름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금이 갈 것 같은
팽팽하게 맑은 가을 하늘
보고 있노라면
아슴아슴 그 옛날이 생각나
떨어진 낙엽을 주우며
살며시 내딛어 보는 발걸음
채송화꽃처럼 예쁘던
이웃집 순이의 보조개가
환영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추억만 한 옹큼 쥐었다 놓으며
이 가을도 나는
코스모스 들길을 걷고 있네
송재순
*시감상 (배 환 봉)
올 여름처럼 무더운 여름은 평생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기후란 인간이 첨단의 과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하늘의 조화가 아닌가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인간의 감정까지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아주 많은 지배를 받는 것 같아 나는 늘 나도 역시 모든 생명체와 동일한 생명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시도 계절이 오자 커다란 변화를 느끼며 낙엽의 소리 없는 슬픔에 함께젖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시들고 소멸하는 것. 그래서 가을이 슬픈가보다 라는 시인의 느낌을 쓴 것 같다. 이 시는 신인의 시이지만 시어가 신선해서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