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명주실처럼 가는 줄 고르게 성겨
골목을 누비는 전선처럼
쌕쌕거리는 숨소리 들립니다.
이슬도 매달고
반달눈썹을 한 달도 매달아
헤벌쭉한 미소들을 가득 실었습니다.
빗물 흥건한 울타리에선
찬바람 맞으며
언제 끊길지 모를 세월을 안아다
길게 뉘었습니다.
촘촘히 엮어 만든 망 사이로
세차게 빠져나가는 바람 소리
지난밤 밤새워 지은
긴 기다림 이었습니다
달콤한 유혹도 억울한 아픔도
다 거두어 가버린 바람
그의 세월이 밤새 끊겼습니다.
조 은 희
*시 감상 배 환 봉
옛날엔 왕거미가 지은 커다란 거미집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잠자리 채에 거미줄을 감아서 잠자리를 잡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은 왕거미가 흔치 않아 동심이 사라져가는 것은 아닌가 안타깝던 차에 거미줄을 소재로 시를 써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어 여기 소개하고 싶었다.
달 밝은 밤이나 햇살에 비치던 거미줄은 참으로 찬란했다. 그러나 사람들 눈에 띄면 금방 거두어지는 비극의 집. 밤새 지새며 지은 집을 바람이 걷어 가버려 많은 벌레들을 유혹하려 했던 달콤한 꿈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거미의 생을 실감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조은희 씨는 나루문학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