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둑에서
한여름 날의 긴 꿈 못다 한 채
무성했던 둑길 풀대들이
겨울 가누지 못하고 쓸어져 있다
흔적들이다
풀꽃들이랑 억새풀까지
막바지 전쟁터의 전사 같은
처참한 형상으로 쓸어져 있는
여름철 패잔의 흔적들이다
우리들 어린 날 지나 어른 그 때까지
아름다워라
무성했던 풀밭 같았지
제 철 황홀한 한 때가
꿈이 되어버린 풀 더미
흥망성쇠의 한바탕 꿈 가슴에 안고
둑길 풀들은
혹독한 눈 서리에 잠이 설다
배 환 봉
*시의 배경- 지은 이
이 시는 지난 겨울 나루문학인들이 문학기행을 하자고 하여 들판에 지어진
팬션에 간 적이 있다. 바로 그곳 주변에 긴 강이 흐르고 그 강가 둑 길가에 어른 키 만큼씩 큰 온갖 풀들이 추위로 처참하게 쓸어져 있었다. 여름 한 철 세상 모르고 자랐던 그 풀들이 어찌 저렇게 힘없이 쓸어져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한탄이나 하지. 한 철 세상 모르고 누리던 영화가 안타까워 잠못
이루는 것은 아닌가 잠시 발걸음 멈추었던 이야기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