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지나며
이경아---시인
흰 눈을 인 산맥들이
헐벗고 굶주린 채
길게 누워 있다
가도 가도 나무 한 그루 키울 수 없어
물기란 물기 다 걷어내고도
잠이 들지 못한다.
뜨거운 불을 내 뿜고 있는 태양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
어쩌다 뿌리내린 가시떨기 사이로
누렇게 뜬 잎새들의 가녀린 손짓
염소 떼들이 간간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가면
나무 몇 그루 사이로 마른 흙집들이 보인다
노새를 타고 지나치는 순한 얼굴마다
푸른 호수를 닮은 눈매가 젖어있다.
감상-------배환봉
지금은 세계의 통로가 활짝 열려 어디나 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이념이 무슨 필요가 있으리요. 사람이 살기 좋으면 좋은 이념이지.
가재는 게편이라서인지 나는 내가 태어난 이 나라가 가장 축복받은 나라인 것 같다. 사철이 있어 열대나 한대를 가지 않아도 경험하고 게다가 기름진 옥토며
아름다운 산하, 높은 문화에 이렇게 다 갖춘 천혜의 축복을 받은 나라가 어디 흔한 일인가 ?
하지만 한 가지, 세계에 단 하나 남은 분단국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 기행 시를 읽으며 거기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기에도 행복은 있다. 그렇게 살아도 마음만 평안하면 삶은 다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열기로 메마른 땅에서 산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런 악 조건의 나라들이 요즈음 종교분쟁이나 종족 다툼으로 세상이 지옥같은 곳이 많다.
이중의 고통이 안타깝다. 이렇게 원시적으로 살아도 분쟁만 아니면 얼마나 평안하겠는가! 여행으로 좋은 곳을 소개해 주어 덩달아 견문이 넓어진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