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절이기
전재복 <군산 여류문학 회원>
속이 꽉 찬 배추를 골라
가슴배기를 반으로 쩍 가른다
옹골차게 들어차
노오랗게 여문 한 계절
왕소금 설설 뿌려
소금물에 눌러 넣고
날 선 氣를 다스린다
수상한 계절을 건너며
무시로 일어서던
우쭐거림
혹은 노여움
서로를 상처 내던 거친 모서리
꾹꾹 눌러 소금물에 담가두고
한나절 쯤
숨을 고르고 나면
일상의 노곤함만
애처로이 남아
우린 서로
고단한 옆자리를 내어주리
순한 눈길로 어깨를 감싸 안으리.
시감상------------배환봉
한 세상 살며 누군들 어디 호기 한번 부리지 않고 살았겠는가. 세 번째 연에 시인의 속 마음이 다 담겨 있는 듯 싶다./수상한 계절을 보내며/무시로 일어서던/ 우쭐거림/ 혹은 노여움/서로를 상처내던 거친 모서리/ 꾹꾹 눌러 소금물에 담가두고/ 세월이 많이 흐르면 우린 과거를 뒤돌아 보게 된다. 지나고 나면 실로 하찮은 것들인데 어찌그런 일로 노여워 기어히 서로 상처를 내야만 직성이 풀렸던가.
"성인의 말씀에 내가 권력이 있는 자와 교분이 있다고 우쭐대지 말라. 그 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그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생각하라." 한 구절이 떠오른다.조금 다른 이 보다 높은 자리라 한들 짧은 생에 얼마나 가겠는가. 그 호기 소금물에 절이듯 날 선 기를 다스려 서로를 감싸면 고단한 삶이 조금은 부드럽지 않겠느냐는 전 시인의 고운 마음이그대로 들어나 감동을 더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