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인
김복근
노인이 허리를 90도로 구부리고
산처럼 쌓인 종이 상자를 끌고 갈 때
노인의 얼굴은 무릎 아래로 숙여져
그의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한발 한발 저승길을 갈 때 저리 무거울까
보다 못해 밀어드리겠다고 나섰다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마치 세상의 원수를 대하듯
처음으로 치켜 든 얼굴엔 독기가 서렸다.
이 세상 모두에 대한 분노가 쌓여
아무에게나 폭발하는 것일까
불쌍한 모습에 가소로운 동정으로
노인의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하기야 저 노인처럼 무거운 이승의 업보를 지고
우린 모두 고뇌의 강을 건너고 있다
모두들 자기의 운명을 지고.
이승에서의 고통, 저승에서는 편안하기를.
감상-------배 환 봉
이 글을 읽으며 공연히 뉴스에 보도되는 이들이 더 큰 도둑 같아 미워진다. 아무리 천차만별이라 하지만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까 해서다. 이 시의 주인공처럼 폐품 몇 개를 종일 주워다 팔아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땀 흘리지 않고도 뇌물이나 받아 그렇게 편안히 살아도 되는지, 신이 원망스럽다.
다 자기 재주라 하지만 잘 살기 위해 우리들 대부분은 평생 땀 흘리며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일부 층은 땀 대신 돈으로 돈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노인은 허탈에 빠졌을 것이다 누가 이런 세상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 이런 세상에서도 노인은 자기 힘으로 당당히 살고 있다.
그래서 하찮은 동정도 받지 않으려 한 것 같다. 끝내 자기 힘으로 살다 가려는 노인의 건전한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싶다. 이승의 보상으로 이렇게 살다가는 노인은 천국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