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
이 경 아-시인
할아버지가 계시는 사랑채 화단 끝
벚나무 오동나무 사철나무 전나무 느티나무들과 한데 어우러져
뚱뚱한 허리를 옆으로 휘어 올린 향나무가 있다
애들 대여섯은 능히 올라타며 놀 수 있는 너그러운 향나무
걸터앉아 있으면
높은 탱자나무 울타리 넘어
세상이 툭 터져 뻗어 나간 신작로가 보였다
어디에 갔다가 어디에서 오는 지
간간이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어딘가 갔다가 어디에선가 돌아오곤 했다
날마다 향나무에 걸터앉아
세상을 꿈꾼 자리에서는 반질반질 윤이 났다
시 감상 ------배 환 봉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모든 것이 따라 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세상에서도 '어머니'라는 말은 여전히 어머니로 남아 있다.
어머니라는말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해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정이라서 항상 그렇게 심연에 곱게 자리해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잠재해 있는 것인가. 그래서 그 울안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립고 아름다운가 보다.
어머니의 집, 옛 집 이야기는 어떤 경우이건 가슴에 잔잔히 다가 온다.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
나무에 오르면 세상으로 툭 트인 신작로가 보이던 옛집 향나무. 시인은 어린 시절 심심할 때면 높은 등걸에 올라 미래를 꿈꾸던 곳이 그 집을 떠났어도 늘 가슴에 있다.
지금도 반질반질 윤이 난 채 고목이 되어가고 있는 향나무 한 그루. 아직도 거기 꿈이 묻혀 있는듯한 여운이 맴돌아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덩달아 아련하여져 시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