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의 영상
이영미
더는 내어 줄 것 없는 빈들을
나는 좋아한다.
어미 손처럼 푸석한
마른풀을 디뎌 밟노라면
땀내 젖은 당신 품안입니다.
콩 한 줌 고를 수 없이 희미해진 눈은
작은 바람에도 시린 눈물이 흐른다는 당신
굽은 다리를 절며
허물어진 흙을 밟지 않으려던
버거운 몸짓이 보입니다.
바스락거리던 요란한 오늘도
당신은 어제라 합니다.
한숨소리 들킬세라 쉬 내지 못하고
더듬더듬 논을 빠져 나온 당신
더는 가져 갈 것 없는 이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감상----- 배 환 봉
침 추석이 어제였다. 누구나 이별은 슬픔이지만 부모를 여의는 건 가장 큰 슬픔인 것 같다.
것은 그만큼 그 분들에게서 받은 은공이 컸기 때문이리라.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을 하면서 나를 길렀음을 알고 있기에 슬픔도 그만큼 큰가보다. 한지만 이별의 슬픔마저 오래이지 못하고 또 자기 일사로 잊히게 된다.
어쩌다 일년에 한 번 명절에나 조상께 술 한잔 드리면 그만이지만 그나마 명절이 있어 조상을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시는 빈 들의 영상이라 제목했다. 이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빈들, 어머니의 모습이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빈 들이 꼭 우리 어미니 같다는 이야기다. 이제 눈도 안 보이고 다리도 성치 않아 절면서도 한 숨 소리마저 들키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자애.
/더는 가져 갈 것 없는 이 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이제야 부모의 은공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했다. / 더는 내 줄 것 없는 빈 들을/ 나는 좋아한다/고 한 지은 이의 마음에 깊이 감동을 느낀다.
이제 다 주어버리고 빈 손으로 서있는 어머니. 그렇게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시다 이제 더는 일 할 수 없어 빈 손으로 서 계시는 위대한 어머니를 나는 사랑한다는 고백이 참으로 인간답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