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어여쁜 이름
박정숙 시인<청사초롱 동인>
허물 한 바가지 뒤집어 쓰고
말매에 맞아
숨어서 울고픈 날에
딸,
가느다란 전화선을 타고 온
슬프고도 정겨운 부름
그 순간
당신의 딸 됩니다
순하고 어여쁜
그 한 마디
약이 되고도 남아
베시시 웃게 됩니다.
시감상------------배환봉
우리는 누구나 부모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더 없이 소중한 존재다. 어느 책에서 이었던가- 등에 아기를 업고 문전 걸식을 하는 아기 엄마가 등 뒤 아이를 고개 돌려 보며 어찌나 행복해 하던지 한 나그네가 ‘여보시오, 거지 새끼가 그리도 귀엽습니까?’ 하고 핀잔을 던졌더니 ‘모르는 말 마세요. 나는 거지지만 이 아이는 왕자입니다’- 라고 한 귀절이 떠 오른다. 마찬 가지로 자식들에게 어머니는 영원한 지주이다. 아무리 세상살이에 시달려 설령 비애롭고 때로 가눌 수 없는 분노로 거칠어지다가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선량한 자식으로 돌아가는 본질적 본향. ‘네가 아무리 날 비웃어도 내겐 세상에서 가장 날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거든’ 그 때 절망에서 나를 다시 찾는 위대한 사랑을 박 시인은 정말 짧은 글에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