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사발
신순애-시인,군산 출신. 군산 여류문학 고문
흙 한 줌 곱게 빚어
정성으로 발원하네
유약의 신비함이
천 삼백도 고열 속에
피워낸 신비의 꽃사발
분청사기 정감이여.
아련한 빛살 위에
꽃 잎 한장 띄운 찻잔
마주한 정인 함께
한 모금 삼킨 여유
전신을 휘감은 사연
흙 아니면 어쨌을까
도공의 땀 방울이
방울방울 맺혔어라
크낙한 다기 안에
백련 송이 다시 피고
우전차 앙증스런 잔 속
산 하나가 잠겼어라.
감상----- 배 환 봉
고려 청자나 이조 백자도 흙으로 만들었다. 신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셨으나 그것을 찾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날 발달한 이 기술로도 고려 청자를 재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긴 해도 이 시대의 것은 또 다른 멋으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다.
이 시 내용 대로 흙이 없었더라면 어찌 이 고운 다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흙 자체가 청자는 될 수 없다. 천 삼백도의 가열로 인해 새로 태어난 것이라 했다. 자신을 태워 새로운 생명을 얻은 찻잔으로 차를 마시며 시인은 도공의 땀방울까지 연상을 한다.
모든 예술은 이런 역경으로 이루어지기에 천년 그 생명이 살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시조이면서도 자연스런 구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