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름
박 송 월-군산 여류문학 회원, 청사 초롱 회원
색 고운 바람이
그늘 밑에 숨고
빈- 초가 마당
작은 돌틈새까지
차지한 땡볕
그 한낮보다 진한
생의 열정 접으시고
손끝에서 냉기 피어 오르는
내 아버지의 침묵
남겨질 작은 인연에도
눈길 주어 단속하는 채비
아직은
그럴 때 아니라서
안타까움에 마음 서성이고
세월의 마디에 돋아난
길어지는 그림자
왜 이리
자꾸만 커 지는가.
감상-------배 환 봉
항우 장사도 세월은 이길 수 없는 거라고 어릴 때 듣던 할머니의 탄식이 어느새 내 것으로 다가와 있다. 풀밭도 없는 뒤뜰 돌틈에서 밤 새워 귀뜨라미가 운다. 또 여름이 가는가 보다.이 시 어떤 여름 이야기도 세월의 무상이다.
항상 젊어만 보이던 아버지,유난히 생에 열정을 가지고 사시던 분이 가만히 생을 정리하시는 것 같아 마음 아파 한다.
누구도 내 부모가 죽는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전 사는 줄 알다가 당황한다. /아직은/ 그럴 때 아니라서/ 참 안타까운 말이다. 잠시인데 늘 사람들은 내 연령으로 인생을 계산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죽음이 어디 나이가 있던가! 한데 왜 늘 우리 부모는 안 죽고 생전 그대로 세상에 살 것 같은 터무니 없는 생각을 했을까? 차마 인정하기가 싫어서 이었을 것이다.
항상 집안 가득하던 아버지의 기세가 어느덧 침묵으로 사라지는 것이 가슴 아픈 시인의 마음이 읽는 이에게도 쓸쓸히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