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조 경 숙-청사초롱 동인
하얀 물방울들이
영롱한 음을 터트리면
세상은 고요히 비에 젖는다.
황백한 어둠에 가려
잠시 잊고 사는 것들마저
못 견딜 그리움에 젖어
깊이 침몰해 가는데
빗물이 날
비잉 둘러 가두면
난 가장 높은 성을 쌓고 들어가
내 영혼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씻긴 마음은
순백의 돛을 달고
먼 항해 나서면
승천해버린지 오랜
초연의 언어들이
강을 이룬다.
감상---- 배 환 봉
요즈음처럼 공해가 심한 때에는 피해만 없다면 우기가 오래 지속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서울의 하늘은 늘 최악이다. 푸른 하늘 보기가 정말 별 따기라는 말 같다. 한데 며칠 전 서울 갔다가 어느 들녘의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른 서울하늘을 처음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억수로 내린 폭우로 모처럼 찌든 하늘의 때가 씻긴 모양이다. 피해만 없다면 자주 씻어버리고 싶은 공해. 우리는 비에 대해 여러 가지로 느낌이 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다.
이 시에서 보면 산천의 초목들도 그리움에 젖어 침몰하는데 인간의 감회야 어떻겠는가. /빗물이 날 /비잉 둘러 가두면 /난 가장 높은 성을 쌓고 들어가/ 내 영혼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고 한 셋째 연에서 시인은 마음까지 깨끗이 씻겨 천상의 영혼까지 만나다고 했다. 그리고 넷째 연에서 시인은 지상에서는 통할수 없는 깨끗한 생각들이 마음을 가득 메운다고 했다.
물론 사람들 마음은 어딘가 상통하는 것이겠지만 비오는 날 우울한 기분을 넘어서 종교인 아니더라도 천상을 우러르며 자기를 들여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