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전선미------글마당 동인
비가 내리네
부서지고 부서져
올 듯 말 듯 내리네
오래도록 빗 속에 서서
비를 맞는
겨울 나무 잔가지마다
새싹 같은
눈물 방울 그렁그렁 하네.
물에 비친 겨울 나무
잔가지들이 뿌리 같네
시멘트 바닥 스며들지 못하고
고여 있는 빗물은
흙 속 뛰쳐나온
쉬운 생각들
품어주고 있네.
차가움과 따뜻함이 화해하는 날
슬픔과 기쁨이 화해하는 날
부풀대로 부푼 다음
곪을 대로 곪은 다음
툭!
아프게 터져
때깔 고운 새싹 피워 주려네.
감상-------배환봉
기계문명이 발달하면 자연은 뒷전이 될성 싶었는데 고도의 아파트 촌에는 반드시 건물 못지 않은 자연 배경이 형성된다. 아무리 인간이 기술을 발휘한다 해도 늘 그 기술은 무엇인가 불안하고 허전한가 보다.
그래서 자연으로 끝을 맺으려 하나보다. 주변이 산이나 푸른 들이면 건물에 앞서 좋은 조건이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런 시를 읽으면 메마른 감정이다가도 잠시나마 정서가 봄비처럼 가슴에 스민다. 이른 봄엔 안개비가 자주 내린다. 마른 뿌리를 적셔 싹을 틔우려는 신의 섭리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화해하는 날/슬픔과 기쁨이 화해하는날//아프게 터져/때깔 고운 새싹 피워 주려네./얼마나 괴롭히던 겨울이었는가? 하지만 화해를 청해오니 자연은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받아드려 활짝 꽃을 피운다. 얼마나 위대한 화해인가!
이 시인의 시는 늘 섬세한 관찰력과 불합리에 대한 비판 같은게 돋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