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목
성화용 시인<군산 여류 문학 회원>
추 갑사 입구
떡 버티고 서 있는 고목 한 그루.
묵뚝한 커다란 둥지
파란 바람의 옷 입고
태초의 제 자리 지키고 서서
수 많은 계절의 추억
미련 없이 내려 놓았다.
앙상한 팔로
작은 풀씨 하나 품어 키우는
심성 좋은 어르신 같구나.
속내 까멓게 다 태워도
세상 만사 온통 품어주는
여유로운 품성.
잊힐 듯 아득한 그리움이
파아란 이끼로 돋아나네.
시감상-----------배환봉
우리나라만의 역사적 환경인지는 알 수 없으나 흔히 유서 깊은 고을엔 커다란 고목이 있다. 아마도 느티나무가 비교적 잘 자라고 수명이 길기 때문 끝내 살아 남았으리라.특히나 고찰 근처에 서 있는 고목은 그 사찰과 더불어 인상적이다. 이 고목도 얼마나 크면 마치 태초부터 서 있는 것 같다고 했을까? 하지만 그 수많은 날들의 추억을 미련 없이 내려 놓은 듯 여유로운 고목. 새로 태어난 대를 이을 손자를 안고 있는 자애로운 우리네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고목의 인자한 모습.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세월의 잦풍상으로 오죽이나 한이 쌓였으리요만 겉으로는 항상 여유로운 고목. 마지막 연에 '잊힐 듯 아득한 그리움이/ 이끼로 돋아나네/'라고 고목을 한마디로 잘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참고 견디어 낸 생의 한을 이끼로 피운 그의 세월이 애틋하게 다가 오는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네 모두의 세월이요, 성 시인의 세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란 늘 깊은 성찰의 열매라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