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 리
김복근 시인 <군산 여류 문학 회원>
아직 가을은 멀었는데
점점 여리어 가는 햇빛이
멀어져 가는 세월만큼
쓸쓸하다
한여름 잠깐 날다가
허망에 빠진 고추잠자리
너무 짭은 한 평생이
믿어지지 않아
차마 떠나지 못하는가
젊은 날의 그리움은
더 이상 기다림도
이미 죽은 것도 아닌
늦여름의 애잔함이라
다가 올 가을
불안한 미래에 매달려
꼼짝 않는 저 잠자리.
시감상-------------배환봉
계절이 우연스럽게 잠자리 철이다. 벌써 연못가나 들길, 한적한 풀밭에 잠자리가 날고 있다. 아직 가을은 멀었는데. 하지만 잠자리 마음은 조급하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잠자리는 짧은 생을 마쳐야 한다. 그래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잠자리는 계절의 전환점에서 허망에 빠져 풀밭에 앉아 떠나지 못한다."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은/ 더 이상 기다림도/ 이미 죽은 것도 아닌/ 늦여름의 애잔함이라" 더더욱 자리를 못 떠나는 잠자리! 어쩌면 한낱 곤충이나 인간이나 다 같으리라는 관조의 한 부분을 위해 이 시가 쓰인 것이리라. 이미 지나가버린 아름다운 그리움은 더 이상 기다린다고 되돌려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흔적 다 사라진 것도 아니어서 돌아서지 못하는 잠자리. 다가 올 내일도 또 그렇게 사라져버릴 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 살아 있음 마저 불안한 잠자리.그래서 늦여름 풀잎에 꼼짝 않고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나보다고 시를 쓰신 시인의 마음이 여기 그대로 이입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