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문찬미---소설가, 군산 여류 문학 회원
감추고 싶었다. 울퉁불퉁하게 드러난 상흔들은 차곡차곡 내 눈 안에 쌓아두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히죽거리며 웃고 싶었다. 너 하나면 족하다며 끝내 돌아서고 싶었다.아뜩하게 내 가슴을 피멍으로 후려쳐도 매달리고 싶었다.
아, 어느 날, 하얀 눈이 소복이 세상을 솜털처럼 가볍게 들어 올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삶은 광목천을 들고 나와 몰래 ! 초경을 치르던 어느 날, 눈발에 떼밀린 외동백 꽃잎사귀 파르르 몸을 떨며 눈 속에 덩그러니 너의 나신을 보여줄 때, 그토록 뜨거운 정염인 줄 몰랐다. 격정 때문에 난 그만 덜컥 울고 말았다.
잎사귀 마다 빙벽을 메어 안고, 주저리 달린 고드름 사이로 여신을 가장한 나도 그렇게 홀로 정사하고 싶었다. 홀로 정사하고 싶었다.
시 감상---------배 환 봉
세상에서 가장 멋쟁이 시인은 조물주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자연이 없었더라면 시도 결국 고갈되고 말았을 것이다. 메마른 감정이다가도 자연을 접하게 되면 봄비를 맞은 새싹들처럼 파릇하게 물든다.
이 시도 동백꽃을 보다가 소녀기의 붉은 꽃잎 같은 비밀을 연상한다. 얼마나 순수한 비밀인가? 자신도 이러다가 동백꽃처럼 지쳐 죽는 건 아닌가 겁이나 울었던 소녀. 문찬미씨는 신춘문예 공모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유망인이다. 이 시도 다분히 많은 이야기가 함축한 소설적 '산문시' 라는 느낌이 든다. 내일의 영광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