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반
전재복 --------나루문학 회원 (군산 여류 문학회)
여보새요
거기 누구 없어요?
어릿어릿한 시야를 건너
뻣뻣한 목을 거쳐
뻐끈한 어깨로
차례차례 빨간 불이 깜박인다
오후 네시 반
하루 분량의 에너지 소진
두 손에 받아 쥔
하루 만큼의 피로를 내려다 보다
마지막 타전을 한다
여보세요
나는 여기 있는데요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끝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는 다시 묵상하는 섬이 된다.
시 감상----------배 환 봉
지난 번 시도' 막연한 오후'라는 오후의 인상을 노래한 시 이었는데 이 번 시도 '오후 네시 반' 이라는 시를 보내게 되어 오후의 이미지를 다시 또 우리에게 연상하게 한다. 이 시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우리가 더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뻣뻣한 목, 뻐근한 어깨, 하루 일과의 분량만큼 피로가 쌓여 마지막 일손을 끝맺는 네시 반. 오후! 이 시인도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조금의 여유를 맞아도 그 때 밀려드는 빈 공간 같은 허전함으로 '거기 누구 없어요? 나는 여기 있는데요, 라고 타전을 해도 메아리 없는 종소리일 뿐.
다시 자기로 돌아와 사색에 잠기는 하루 끝, 인간의 고독을 잘 표현해 읽는 이를 공감케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