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오후
고은설ㅡ나루문학 회원, 실내 리모델링( 숨쉬는 집) 대표
술레잡기를 한다.
절묘한 타이밍을 피해야만 살 수 있다.
작은 자취들 흔적도 없이 숨겨 놓고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든
삶의 이탈자.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한다
길어나는 서러운 눈물을 피해야만 만날 수 있다
삶의 거미줄에 매달려 꿈쩍 못하고
시들한 조직 속에
파괴범으로 달려든
시간의 탈선자.
집착한 것과
덜어낸 것에 대해
납작 엎드려 꺼억대야 하는
슬픈 시간.
감상---------배 환 봉
만일에 아무렇게나 삶을 쉽게 살 수만 있다면 인간은 정말 과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도 인간이 질서를 지키며 생을 마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오로지 삶이라는 과중한 책임 때문일 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 중 오후 서너 시의 한가함이나 반대로 중요한 일의 다급함이기도 한 오후를 느껴 본 사람들이라면 이 시가 쉽게 공감될 줄로 믿는다. 하지만 모두 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
편한한 사람, 한가한 사람, 모처럼 자기로 돌아와 고독한 사람, 짜투리로 막연한 사람도. 허나 이 시인은 막연한 오후이다. 오후란 잠시 잠간 머물다 가는 그림자. 그리고 쨍쨍한 햇살을 빗겨난 탈선자. 일하다 지쳐 쉬고 싶은 시간의 파괴범. 하지만 마지막 연에 하루를 결산해야 하는 슬픔이기도 한 시간이라 결론한 이 시인은 젊은 작가로서는 아주 깊은 사색이라 느껴진다.
이번 첫 시집 ' 마음에 그린 사랑 하나 ' 출간을 더불어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