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사이에 갇혀야 보이는 세상
박 정 숙-청사초롱 회원
테두리 없는 생채기로 돌아앉아
벽을 쌓는다
어울렁더울렁 마주하지 못하고
벽을 벽으로 허물려다
벽을 더 쌓고
망연한 헛웃음이다가
겹으로 둘러친 세상 속에서
먹먹하고 기막힌 숨을 고르며
어차피 돌아올 길을 간다
그렇게라도
편안타 편안타
웃음 만들며 간다
허물린 벽
벽은 벽으로 허무는 게 아닌
맞보탠 힘이 하는 일이라는 걸
......
도로 그 자리더라도
맥 놓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나 있다.
시 감상-------배 환 봉
'어울렁더울렁 살지 못하고 벽을 쌓고 사는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건 벌써 벽을 돌아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은 이것이 우리들 사회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회는 개체의 집단이어서 누구의 의견도 일방적일 수는 없다.
이것이 일방적일때 부딪고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가 벽을 깨고 나온다 해도 상대가 자기 벽을 허물지 않으면 늘 나도 제자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 벽은 벽으로 허무는 게 아닌 / 맞보탠 힘이 하는 일이라는 걸 / 이라고 안타까워 하는 시인의 마음이 보인다. 우리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모두의 벽은 얼마 안 있어 쉬 무너지리라는 기대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도로 그 자리더라도 / 맥놓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나 있다/ 라고 했듯이 그렇다고 내 인생이 그로 달리 저해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확신은 함께하고 싶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