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짐꽃 (2)
이정미-글마당 회원
현기증 일으키는 샛노란 가난
돌림병처럼 하얗게 퍼져
신림 7동 산 101번지 가득 메우고
다닥다닥 등을 맞대어 서서
금간 채 늙어가는 대 물린 가난은
쉬 삭아 무너너지지 않는다
지난 날 보상으로 얻어진 해소병
한 집 건너 하나씩 쿨쿨대다가
끝끝내 터져 오르면
아이는 오늘도 절망을 배운다.
시 감상--------배환봉
참 오랫만에 들어 보는 가슴 쓰린 단어이다(버잠꽃). 벌써 반 세기도 더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시 구절 그대로 돌림병처럼 마을 아이들 얼굴에 다 피어 있던 버짐.지금은 이 단어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영양실조 병이라 한다.
노랗게 뜬 얼굴에 하얗게 번지는 버섯 같은 자욱. 가난으로 얻은 건 병 뿐, 결국 그곳에서는 기적이 없는 한 대를 잇는 가난 속 아이들의 절망을 눈으로 보듯 잘 표현해 다시 지난 날 우리네를 돌이켜 보게 한다. 오늘 이만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를 쓴 젊은 시인의 시에 마음이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