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소령<군산 수맥 동인>
어두운 밤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었다.
도시의 어느 중심가를 향해 성급하게 시작된
젊은이의 걸음마는
가로등에 틱틱 날개를 찢기는 불나방처럼
위태롭고 무모해 보였다.
실상, 도시에는 무엇도 없었다.
도시를 이루는 것은 찬란한 빛,빛,빛
엇나간 발길질도 깨져버린 플라스틱 간판 속
전기줄을 칭칭 둘러메고 서 있는 비련의 가로수에도
안내표지처럼 졸졸 줄지어 켜지는 빛,빛
빛의 행군 속으로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중심가는 끝이 나고 만다.
도시는 빛으로 빛은 도시로
여운을 가지는 동그라미로
이 시대를 잠식해 가고 있다.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실상, 도시에는 무엇도 없었다.
시감상-----------배환봉
예술이란 시대의 반영이라 했다. 우리는 흔히 시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통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시처럼 오늘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이 어찌 밝을 수만 있겠는가. 마지못해 도시로 도시로 모여들어보지만 '그러나 실상, 도시에는 무엇도 없었다'라고 결론한 이 시대 한 젊은이의 고뇌를 듣는다. 어쩌면 한 사람이 대표로 외치는 시대사조의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사실적인 시이다. 이 어려운 시대에 직면한 젊은이들이 어찌 낭만에 빠질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 내면에 웅크리고 있을 젊음의 아우성을 우린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아 마음 무거운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