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말리며
김선미<군산 여류문학회 동인 >
가를 볕이
빨리 가는 것이
아쉽슴니다
낡은 빨래줄에
한가득 빨래를 널고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 하늘 속에서
노오란 해바라기가
넘실거립니다
여름내내
가슴 설레게 했던
노오란 해바라기
까맣게 영근 씨앗들을
가을 볕에 말리며
제 꿈을 손질합니다
작은 씨앗들은
화려한 여름 잠꼬대를 하는지
바람에 흔들리는 몸짓을 하며
가을 햇살 안고
평안히 잠이 듭니다.
시감상------------배환봉
요즈음 자칫 잊기 쉬운 정경이 떠오른다. 씨앗을 말리는 어머니의 모습. 그것은 한낱 작은 시골 풍경이 아닌 이 땅을 지키는 자의 커다란 사명이라는 생각을 한다. 대지의 생명체를 보존하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긴 여름 비바람 속에서도 오로지 한 알의 씨앗을 키우려는 욕망으로 움켜쥔 생명이 아니던가. 온 힘 다해 지쳐 말라가는 저를 버리며 영글어 놓은 씨앗이기에 누군가 영원히 그 영근 염원을 되살려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련 씨앗의 소리 없는 탄원을 들은 시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씨앗은 자기 소망을 들어준 그에게 감사하는지 가을 바람에 뒤척이며 엷은 햇살을 안고 잠이 든다. 시 분위가 잔잔하면서도 내일을 기다리는 시인의 희망이 가득 담긴 시라는 느낌이 든다.
